​작가노트

나는 모든 행위를 생산성 향상으로 귀결시켜야한다
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작업을 한다. 빠르
게 발전하는 현대사회에 발맞추지 못한 채 비생산적
가치에 공을 들이는 일들에 흥미가 있다. 도태되기
에 태연하거나 또는 충실한 어떤 풍경을 볼 때면 모
종의 해방감을 느낀다. 레이스에서 벗어난 듯한 편
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스스로의 가치판단 체계를 점
검해보게 하기도 한다. 이러한 감각을 조형언어를
사용해 삼차원의 결과물에 투영하고 있다. 이들은
타당한 당위가 없어도 노동력이 투자되어 기어코 탄
생한 ‘생산결과물’ 들이다.
웅장한 가치를 위한 건설적 담론을 생산하는 일로
부터 떨어져 그에 초연한, 사소하고 비생산적인 가
치를 위해 손을 놀리는 일은 무력하지만 신난다. 더
나은 세상을 위해 사회병폐를 꼬집고 훈계하고 합리
적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단 병폐와 더불어 살아갈 내
나름의 전술 펼치기이다. 미련함이 갖는 제각기의
사랑스러움을 발굴하고 바라보는 행위는 미래의 나
를 구원해주지는 못하지만 외로움을 견디게해줄 놀
이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다. 하지만 크게 본다면
이는 불합리하고 모순적이며 지극히 비생산성을 띄
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보수하는 행위라고 할 수도
있지 않을까? 라고 가끔 거창하게 생각하기도 한다.